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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의 서재

[弼의 서재:치유의 문장들] 09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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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8-07 18:44:09 조회수 448

[弼의 서재:치유의 문장들] 09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지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이라 믿고, 

조용필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소통의 장을 열어보고자 하는 글입니다.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세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적은 에세이입니다. 

이터널리 운영진의 전체 의견과 무관합니다.
 

*[弼의 서재 : 치유의 문장들] 연재일 수정 공고

2학기 때부터는 개인적으로 중단했던 박사학위 논문을 다시 이어 갈 예정입니다.

글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 연재일을 한 달에 한 번으로 재공고 합니다.

이번 연재 이후로는 매달 조용필 님의 생신 날짜인 21일, 3시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弼의 서재:치유의 문장들] 09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지요.

 

조용필 님의 '우주여행 X' 노래 듣기 클릭(출처 : YPC company 유튜브 공식채널)

 

어느 주말, 온 가족이 커다란 비닐봉지를 한 개씩 들고 집을 나섰다.
50리터짜리 비닐봉지 안엔 각각 정리된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가 그득하게 담겨 있었다.

비닐을 양손으로 들지 않으면 무게 중심이 무너져
금방이라도 쓰레기가 와르르 튀어나올 것만 같아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아파트 단지를 걷는 우리 가족의 위로
흰구름이 드문드문 떠있는 파아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아파트 건물을 나오며 하늘이 예쁘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나에게는 당장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봉투가 찢어질까 조심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뒤를 따르며 떨어뜨리는 쓰레기는 없는지
관리감독(?)하느라 오감이 바빴다.

목적지인 재활용 쓰레기장이
이제 30미터 정도 남았을 즈음,
갑자기 막내 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저기! 하트 구름!"

 

큰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폈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재활용 쓰레기장 바로 위에,
탁 트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진정 하트처럼 생긴 구름 하나가 둥실 떠 있다.

저렇게 완벽한 하트 모양 구름이라니!
어른인 내가 봐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엄마! 빨리 사진 찍어요!"

 

아이는 소리치며 조바심을 냈다.
쓰레기를 바닥에 내려두고 
빨리 핸드폰을 꺼내 사진부터 찍어야 한다며 야단법석이다.

막내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순간,
빠르게 계산에 들어갔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핸드폰을 꺼내려면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쓰레기봉투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쓰레기봉투를 바닥에 내려놓고 내 손까지 떼고 나면,
별다른 지지대가 없는 비닐봉지는 힘없이 쓰러질 테고,
그 후의 일은 뻔했다.

밀봉되지 않은 쓰레기봉투를 입구를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르르 쏟아져 길바닥을 점령할 것이리라.

그런데 재활용 쓰레기장은 열 걸음 정도만 가면 도착한다.
얼른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와도,
아마 구름은 제자리에 있을 것이었다.

고민은 끝났다.
딱! 결론을 내린 나는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어른답게,
단호히 대답했다.

 

"그래, 찍자. 그런데 지금 말고."

"지금 말고?"

"얼른 이 쓰레기만 버리고 와서 사진 찍자."
 

내 말을 들은 아이는
하트 구름을 한 번 돌아보며
망설이는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쓰레기장을 향했다. 

나 또한 날쌘 걸음으로
앞서가는 아이를 따라잡았다.

서둘러 쓰레기를 버린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하트 구름을 목격했던 그 자리로
뛰다시피 하며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서둘러
꺼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사이 바람이 세게 불었는지,
하트 구름은 더 이상 하트 구름이 아니었다.

구름의 뾰족한 아랫부분이 사라지고
위 쪽의 굴곡진 언덕 두 개만 남다 보니,
하트가 아닌 땅콩 모양 구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앗! 엄마! 하트 구름이 하트가 아니에요!"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주변의 하늘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나 또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늘을 요리조리 돌아보았지만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구름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나와 아이는 모두 실망하여
점점 더 흩어져가는 구름을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구름은 이제 더 이상 땅콩 모양도 아닌,
그저 동글 납작한 평범한 구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허탈한 마음에 혼잣말을 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더니, 정말 그 말대로구나."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막내 아이가 대꾸를 했다.

"그러니까 엄마, 다음부터는 사랑이 먼저예요."

 

아이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며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우주여행 X>에서 아이들은 자꾸만 우주로 떠나려 하고, 

그런 아이를 어른은 말린다. 


 

노래의 한 구절은 특히 지금의 내 모습인 것 같아 아프게 들린다.

 

 

아이는 먼 곳의 혹성을 꿈꾸네. 
나는 언제 그 꿈을 잃었나.

 

 

하늘의 하트 구름은 흩어져 사라졌지만 대신 내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초등학교 때 <우주여행 X>를 들으며,

나는 절대로 꿈을 잃은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리 단단히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도

벌써 어느 순간에 현실을 앞세워 사랑을 뒤로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 있었다.

 

발을 동동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 아이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우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아이'였다.

이를 말리는 노래 속의 어른은 바로 나였다.

 

나는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꿈을 지닌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계산적인 어른이 되어있었던 것일까.

 

하늘이 준 흔치 않은 선물을 즐기기 전에, 

나는 얄팍한 계산을 앞세우며 그 순간을 누리지 못했다. 

내 현실적인 계산 앞에서 아이의 바람을 가뿐히 무시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매우 합리적인 어른인 것처럼 우쭐거렸던 것이다. 

 

내 손에 들린 쓰레기봉투를 처리하느라 

하늘에 뜬 하트 구름을 놓쳐버린 어른, 

현실을 먼저 앞세우고 순간을 즐길 줄 모르는 어른. 

그래, 그것이 지금 내 모습인 것이다. 

심란하고 속상했지만 이 모든 것을 인정해야 했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지요.
모두들 입을 모아 그렇게 얘기해요.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오늘의 나는 놓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하나 있다. 

비록 하트 구름은 내 눈앞에서 놓쳐버렸으나,

오늘 하루만큼은 구름이 남긴 교훈이

아직 내 마음에 남아있다는 것.

 

언젠가 어느 날엔가는

재활용 쓰레기보다는 하늘에 뜬 예쁜 구름을 

더 진득하게 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만큼은 저버리지 않는다.

 

 

 

*[弼의 서재 : 치유의 문장들] 다음 연재일은 9월 21일 월요일입니다!

 

*실수로 놓친 작은 행복이 있을까요?

 아니면 일상에서 느끼는 자그마한 행복들..

 그런 행복들이 있다면 서로 나눔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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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김애숙
    2026-08-07 20:57:44

    "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지요" 맞는 말이예요.
    치유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낌니다.
    일상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오빠 노래에서 적절하게 비유된 탁월한 문장력에 읽는 내내 마음을 울립니다.
    박사학위 논문 준비로 바쁘실텐데 다음달에도 치유의 문장들을 쓰신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 문성환
    2026-08-08 17:41:15

    돈, 명예도 중요하지만(물론 재산이 많으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사고를 당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작지만 큰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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